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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말하다 - 윤미네 집.

by [버섯돌이] 2010. 9. 10.

故 전몽각 선생님의 사진집. '윤미네 집'이 이십여년만에 재판되어 나왔습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고민끝에 결국 구매하게 되었네요. 

아무런 내용 없이 흑백 사진들로만 채워진 책장을 넘기노라면.. 
그 속에 담겨진 세월, 사랑, 가족.. 여러가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지요. 
제목도, 설명도 필요 없습니다. 
단지 사진만으로 전달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을만큼.. 

제목에서 볼 수 있듯 故 전몽각 선생님의 첫딸인 윤미가 태어날 때부터 시집가던 날까지의 사진들 백여장이 담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딸 윤미씨의 사진을 모아놓은 사진집이 아닌, 자신의 가정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우리네 이웃들은 꼭 자식의 이름을 붙여서 그 집을 이야기 하곤 하잖아요? 
그와 같이.. 첫딸 윤미의 이름을 붙여 전몽각 선생님의 가정은 '윤미네 집'이라 불리웠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윤미네 집'을 담아낸 사진집이 바로 이 책인 것이지요. 

딸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을 담고 싶었으나 의사의 거부로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커가는 자식들이 사진 찍기를 싫어할때의 이야기.
딸아이가 남자를 만나 데이트 하는 장면을 담고자 사정사정해서 동행했다가 두시간만에 돌아오고 말았다는 이야기. 
결혼식 입장하는 순간마저 자신이 셀카로 찍으려다가 주위에서 만류했다는 이야기. 

정말 대단한 애정과 노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이 책에는 가득 담겨져 있습니다. 
전.. 제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전에 이 책을 접했다는 것을 큰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20여년만에 재판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 책에 새롭게 포함된 '마이 와이프(My Wife)'에 존재합니다. 
딸아이가 결혼을 하고 외국으로 떠나감에 따라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이 바로 '윤미네 집'이었듯이, 
전몽각 선생님이 갑작스런 암으로 투병을 시작하게 됨에 따라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마이 와이프'인 것이죠. 
아내가 칠순이 될 때 내기로 했던 사진집의 준비를 서두르신 것이죠. 
겨우 십여장 남짓한 분량이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세월과 애정은 너무나도 큽니다. 

전몽각 선생님은 '마이 와이프' 서두에 천상병 시인의 너무나도 유명한 시. '귀천(歸天)'을 인용합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윤미네 집'을 보고 나면.. 저 시가 전몽각 선생님의 고백 그 자체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가족에 애정을 가지고 계셨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 말하실 수 있는 거지요. 암으로 생을 마감할 준비를 하는 순간에도 말이죠. 
제 인생에 귀천을 이렇게 절절하게 느껴 본 적은 처음입니다... 





기억과 망각 사이에 사진이 있다. 잊혀져 가는 것을 떠올리게 하고, 다시 숨쉬게 하는 사진. 
한장의 사진이 담고 있는 것은 과거의 한 순간이지만, 그것이 되살리는 것은 그 순간을 감싸고 있는 시간에 대한 감정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아주 소중하게 여기는 것, 사랑하는 것들을 대상으로 펼쳐질 때 그것은 오늘, 그리움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다. 
                                                                                                                                                       - '윤미네 집' 中

사진이 가지는 힘은 매우 놀랍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을 담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부모와 자식. 그리고 가족애가 넘쳐 흐르는 책. '윤미네 집'을 만나보시길 권합니다.